【서울=뉴시스】윤시내 기자 = 어린 시절 시골집 안방에 자리 잡고 있던 커다란 자개장.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떠오를 만큼 ‘자개’는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이다. 그러나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 사회에서 그 자취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전통 나전칠기 소재인 자개를 이용해 전통을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국내 미술계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정현숙 작가가 개인전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자개를 이용해 만드는 나전칠기는 현대화의 물결에 밀려 차츰 잊혀 왔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전통적인 양식이 사라져가는 상황 속에서 정현숙 작가는 미술 작품을 통해 자개의 부활을 꿈꾼다. 자개를 현대적인 소재인 스와로브스키 원석과 함께 나비 꽃등의 자연물이나 구상적인 형상 위에 자르고 붙이는 작업으로 장인의 마음을 되새긴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문양이나 패턴을 이용하지 않고 소재 자체에서 나오는 장식성을 통해 화려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자개와 스와로브스키를 함께 이용해 표현한 오묘한 색상과 화려함은 전통과 현재의 소통을 이끌어낸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나전칠기 제작 방법을 현대적 조형으로 끌어들이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안방 문화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정서의 환기가 하나요, 나전칠기의 기술을 현대적 조형으로 전이시키는 일종의 재료의 재해석 내지는 재발견이 또 하나”라며 “정현숙은 어떻게 보면 이상의 두 측면을 아울러 지님으로써 독자적인 위상을 견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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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또한 “전시 부제인 ‘Before and After’라는 명제가 보여주듯 과거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미래에도 계속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자개를 이용한 그물망 같은 직조, 끊어지지 않는 원형의 반복패턴, 작은 선들의 조합으로 표현해낸 기하학적 문양을 통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우리 앞에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시간성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했다”며 “이를 통해 관람객은 전통과 현재를 전회(轉回)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정현숙은 이화여대 서양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아트 시카고, 칼슈르에 아트페어, LA 아트페어 등 다수의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현재는 대진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전시회는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지하2층에 위치한 아틀리에 아키 인 베르사체 홈(atelier aki in VERSACE HOME)에서 4월13일까지 개최된다. 070-4402-7710